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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emporary art

artist | 제목 : [쇼벨 ]“예술은 삶의 발효이며, 치유의 숨비소리다” … 한국화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김미희 화가

조회 2,051회
이메일
sc3876@khanthleon.com
작성자
editor william 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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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김미희 개인전이 지난 11일 부터 인사아트센터 인사동길 41-1 2층에서 열려 오는 23 일까지 계속된다.  


1984년 미술 세계 전시를 시작으로 40여 년간 한국화의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온 김미희 화가를 만났다. 

 

김 화가는 자신의 예술 인생을 ‘역사와 자아를 찾아가는 긴 여정’이라 정의하며, 독창적인 ‘발효 색채’ 기법과 제주 해녀의 생명력이 담긴 ‘숨비소리’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건네고 있다.

격변의 시대, '벽 뒤의 이중생활'에서 피어난 예술적 고뇌

김미희 작가의 초기 작품 활동은 대한민국 현대사의 역동적인 흐름과 궤를 같이한다. 작가는 19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풀뿌리 민주화 운동의 시대를 거치며 촛불과 군상 등 시대적 상징물을 화폭에 담아냈다.

 

당시 작가는 교육자와 화가, 그리고 어머니로서의 삶을 병행하며 현실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소극적으로 사회를 바라보던 자신을 ‘이중생활’이라 회고했다. “드러내 놓지 못하고 하나의 벽 뒤에서 소극적으로 표현했던 시기를 거쳤다”고 밝힌 작가는, 오히려 그러한 경계인의 시선이 사회를 객관적으로 관조하는 힘이 되었다고 설명했다. 

 

이후 세월호와 이태원 참사 등 우리 사회가 겪은 큰 아픔들을 목도하며 작가는 예술이 지닌 치유의 기능에 더욱 집중하게 되었음을 강조했다.

 

작가의 작품 세계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는 ‘숨비소리’다. 이는 해녀가 물질을 하다 죽을 것 같은 순간, 물 위로 올라와 내뱉는 “휘유~” 하는 태초의 생명 소리 같은 호흡을 의미한다.

 

김 화가는 제주 여행 중 맛집에 줄을 서 있다가 멀리서 들려온 이 소리에 “소름이 쫙 끼치는 영감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화가는 해녀의 숨소리가 단순한 생리적 현상을 넘어, 거친 바다를 견디며 가족을 먹여 살린 여성들의 강인한 생명력이자 파동이라고 정의했다. 

 

이러한 무형의 소리를 시각적 에너지로 변환하기 위해 작가는 해녀의 목숨 줄인 부표 ‘태왁’을 붉은 사과 이미지로 치환했다. 

 

또한, 제주 오름의 황금 곡선 속에 생명의 파장을 겹겹이 중첩하며, 현대인의 마음속 박힌 굳은살과 상처(상흔)를 풀어내는 작업을 지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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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깊이를 현대적으로 빚어낸 ‘발효 색채의 미학’

김미희 화가는 자신의 고유한 기법을 ‘발효 색채의 미학’이라 명명했다. 

 

이는 닥종이를 두 겹에서 다섯 겹까지 붙인 두꺼운 장지 위에 천연 안료와 아교를 사용해 색을 쌓아 올리는 작업이다. 

 

김 화가는 이 과정을 된장이나 김치가 시간이 흐르며 깊은 맛을 내는 발효의 원리와 같다고 비유했다.

 

“여러 안료가 서로 어우러지고 쌓이면서 비로소 원하는 발색이 된다”고 설명한 작가는, 이를 통해 서양의 아크릴이나 유화와는 차별화된 ‘곰삭은 역사와 시간’을 화폭에 구현했다. 

 

특히 작가는 물체의 외형을 입체적으로 만드는 명암이나 그림자를 과감히 생략한다. 이는 겉모습보다 대상의 정신적 본질과 기운을 담아내려는 동양화의 전통적 가치를 현대적으로 계승한 것이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프마토’ 기법처럼 경계를 모호하게 처리하여 신비로움을 더했다.

AI 시대, 인간의 호흡과 교감이 담긴 ‘아우라’의 가치

기술 융합과 인공지능이 예술의 영역을 위협하는 시대적 변화에 대해 작가는 확고한 견해를 보였다. AI가 정교한 형태를 복제하고 프린팅 파나를 만들어낼 수는 있겠지만, 작가가 직접 흙을 만지고 붓질을 하며 쏟아붓는 생명력과 작품 뒤에 담긴 작가의 ‘호흡’까지는 복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작가는 “AI는 호흡이 없지만, 나는 한 올 한 올 터치로 숨 쉬는 그림을 그린다”며, 작품과 관객이 일대일로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아우라’와 교감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전통 민화의 도상을 빌려오되 결코 본을 따지 않고 자신만의 철학으로 재해석하는 태도 또한 이러한 독창적인 예술가 정신에서 기인했음을 강조했다.

“한국적인 정서, 세계를 적시는 따뜻한 울림이 되다”

인터뷰 내내 작가는 한국적인 정서가 지닌 세계적 경쟁력을 거듭 피력했다. 

 

과거 경희궁 전시에서 노르웨이 관광객이 작가의 그림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귀국 전 다시 전시장을 찾아왔던 일화나, 하와이의 대학교수가 한국의 정서를 느끼며 감동했던 사례는 이를 뒷받침한다.

 

작가는 미술을 “음악이나 체육과 달리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한눈에 마음을 적시는 동시성의 예술”이라 정의했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힘을 갖는다”는 신념 아래, 작가는 보리의 인동초 정신과 닭의 오덕(五德) 등 우리 문화의 길상 사상을 현대적으로 풀어내고 있다. 

 

서두르지 않고 묵묵히 자신만의 색을 발효시켜 온 김미희 작가, 그녀의 화폭은 오늘도 우리 시대의 아픔을 보듬고 뜨거운 가슴을 적시는 치유의 에너지를 전하고 있다.

 

이하 작가노트 

 

“숨비소리”는 지구상에서 가장 숭고한 삶의 노래다. 

 

예술은 삶에 지친 인간의 생명력을 회복하고 보이지 않는 상흔을 치유하는데 중요한 기여한다고 생각한다. 이에 숨비소리의 숨결이 물결파동으로 이어지며 생명이 드나드는 들숨과 날숨에서 우주의 에너지가 탄생하는 생명 현상을 본다. 

 

오름의 곡선은 생명을 잉태하고 품어내는 본질적 개념으로 확대된다. 맥놀이와 같은 신비한 숨비소리의 울림은 목숨줄 같은 테왁이 붉은사과로 현현하며, 들숨과 날숨으로 허물어진 산허리는 닳고 닳아서 뭉툭한 곡선으로 깎여 나간다. 

 

상처와 슬픔과 고통은 아름다움의 결정체가 되어 떠오르는 태양처럼 강렬한 생명을 품은 사과가 되어 희망의 터전인 또 하나의 오름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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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주제인 숨비소리의 파동에너지를 한호흡 한호흡을 한국화의 붓질 하나 하나로  시간과 공간의 층위에 정성을 담아 채색을 물들이고 쌓아 나간다. 

 

이러한 고단한 작업을 통하여 작품에 영혼을 불어 넣어 주는 맛과 멋을 풍기는 특별한 미감, 그 전통 채색화의 발효색채의 미학을 발견하기를 고대한다. 

 

숨비소리가 시린 바다 깊은 곳에서 거친 시간의 파도를 넘어서 오늘을 사는 우리를 따뜻한 숨결로 일깨워 준다. 

 

보는 이의 마음 깊은 곳에 숭고한 삶의 숨결이 찬란한 희망으로 아물지 않은 상흔을 보듬어 주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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